영화가 현실을 앞서가는 것이 대개의 경우지만, 흔치 않게 현실이 영화를 뛰어넘는 경우를 가끔 우리는 목격합니다. 얼마 전, 자신을 유괴한 범인의 저택 뒷마당에 쳐진 낡은 텐트 안에서 18년을 세상과 단절된 채 어머니의 유괴범을 아빠로 둔 두 명의 아이와 함께 지내온 ‘제이시 리 두가드’의 이야기가 그랬고, 이전까지의 모든 헐리웃 블록버스터들을 시큰둥하게 만들며 아프가니스탄을 제2의 베트남으로 탈바꿈 시킨 계기가 됐던 ‘11/9’이 그랬습니다. ‘11/9’ 8주년 추모식이 얼마 전 있었습니다.시간이 그렇게나 흘렀지만 여전히 저에게 아프가니스탄은 지도 위 어느 곳에 붙어있는 지도 알 수 없는 그 많은 ‘___스탄’ 중 하나 이상도 이하의 의미도 아닙니다. ‘부시’가 후세인 동상을 무너뜨렸을 때에도 이라크는 그저 우리가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넘어야 할 산들 중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이 무감각이, 서방세계들과 비교하자면 그래도 비교적 테러로부터 안전한 나라에 살고 있는 탓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군부와 그 계승자들이 잊을만하면 꺼내든 ‘북풍’ 으름장에 오랜 세월 시달리고, 근 십 여 년간 테러 못지않은 사고들(영풍 백화점, 성수대교, 대구 지하철)을 지켜보는 동안 알게 모르게 강화된 면역력 때문인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무신경에서 비롯된 무지가 이 책
‘Anthony Horowitz’라는 영국 작가가 쓴 청소년용 스파이 소설 ‘Alex Rider’ 시리즈 중엔 한 테러범이 영국 시민을 볼모로 잡고 미국 정부와 협상을 벌인 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어린(?)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지나친 상상력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그런 상황이 언제든 충분히 일어 날 수도 있음을 얘기합니다.
끝에 실린 '작가의 글'을 통해 글쓴이는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도 울고 갈 만한 냉정하고 차디찬 액션 장면 묘사에 해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책장을 넘기는 동안 줄곧 따라다녔던 ‘도대체 어디까지가 사실일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도 그 글을 통해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성이 어디에서 기초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적어도 저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4페이지에 이르는 ‘감사의 글’에 실려 있습니다.
‘THERE'S PROBABLY NO GOD. NOW STOP WORRYING AND ENJOY YOUR LIFE’ 작년 말인가 올해 초 영국의 버스에 한 무신론자 단체에 의해 실렸던 광고입니다. 책을 읽고 난 지금 이 문장의 한 단어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THERE'S PROBABLY NO GOD. NOW STOP KILLING AND ENJOY YOUR LIF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