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10살을 갓 넘겨 지금 살고 있는 울산으로 이사온 뒤 햇수로 30년 가까이 살고 있으니 여기가 거의 고향인 셈입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신 분들께서는 어쩌면 이해하시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지만 지방에서 청소년 그리고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스스로에게 우스갯 소리처럼 '지방인 컴플렉스'라고 이야기하곤 하는 -서울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일종의 심리적 박탈감이라든가 소외감 같은 것을 참 많이 느꼈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런 마음이 아예 없어진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은 인터넷의 혜택 덕분에 정보의 편중이 거의 사라졌고 교통도 좋아져 마음만 먹으면 하루 일정으로 서울을 갔다올 수도 있으니 뭐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그러니, 이젠 읽고 싶은 책이나 음반을 사기 위해 기를 쓰고 서점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었고 또 보고 싶은 영화를 보기위해 동네 비디오 가게들의 후미진 구석을 훑을 필요도 없게 되었죠. -그 당시 그런데서 오는 재미가 쏠쏠했다는 것은 그래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군요. 또 그렇게 해서 건진 것들 중 제가 생각해도 대견스러운 보물들도 좀 있구요.- 그런 면에서, 지난 주에 울산의 한 백화점 지하 매장에 문을 연 '반디 앤 루니스'는 (저는 오늘 다녀왔습니다.) 어쩌면 그저 여느 가게하나가 문을 여는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아무 일이 아닐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게는 매우 특별한 날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언젠가 이곳 울산에 첫 대형 서점 '영풍 문고'가 문을 열던날 기쁜 마음로 이 곳에 (당시는 다른 '아이디'로) 글을 올렸던 것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규모나 분위기 면에서 제가 서울에서 본 그것들과는 사뭇 달라 내심 아쉬워했었죠. 그런데 오늘 가본 '반디...'는 -여전히 서울의 대형 서점들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한 넓이의 매장을 가졌고 분위기면에서도 매우 닮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기분이 좋았던건 짠돌이 기업 '롯데'가 이만한 자리를 내줄 때는 분명 시장성이 있다고 본 거 아니겠나? 하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영풍문고'는 롯데 백화점이랑 거의 마주보고 있는 '현대 백화점' 안에 들어서 있는데 두개의 백화점은 걸어서 100m 정도 거리입니다. 아마 지난 몇년간 가만히 지켜봤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이 서점의 오픈이, 울산이 공업 도시란 이미지에서 조금은 벗어나서 문화의 도시로 가는 일종의 '신호탄'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두개의 대형서점이 모두 백화점을 끼고 있다는 점이 어쩌면 그 한계를 설명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전 좋습니다. 지금 이만한 크기의 매장이 들어섰으니 다음 번 매장은 (만약 생긴다면...이라고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것보단 적어도 더 커야 하겠죠. 크기가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상징적인 이미지이니까요...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매장 안을 한참 -3시간여 동안- 돌아다니느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피곤한 줄 몰랐습니다. 오히려 나중에 아내랑 만나 1시간 채 안되는 시간동안 한 쇼핑이 훨씬 더 절 지치게 만들더군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