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7 August 2009

'THE COLOR OF LAW' - 'Mark Gimenez'

뭔가 따지고 분석하는 일에는 크게 재주가 없다보니 이런 글을 누군가가 보이기 위해 쓸 때는 늘 시간도 오래 걸리고 애를 먹게 됩니다. 특히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 해야할 지 막막할 경우가 태반인데요, 이 책의 경우엔 이전과 달리 몇개의 아이디어가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그 중의 하나가 이런겁니다...

만약, 저에게 9살된 딸이 있고 그 딸이 "아빠, '정의'가 뭐예요?" 라고 묻는다면 아마 저는 잠깐 고민한뒤 "그보다 혹시 애가 어떻게 생기는 지가 더 궁금하지 않니?"라고 되물을 겁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섹스에 관한 올바른 지식이 필요한 시기가 돈이 '정의'고 권력이 '정의'라는 개념이 필요한 시기보다 훨씬 더 빨리 그녀에게 찾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타임지가 '차세대 (존)그리샴' 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준 이 작가의 데뷔작은 그 정의가(그런게 세상 어딘가에 있다면) 어떤식으로 지켜지고 또 어떻게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가에 대한 일종의 '동화'라고 봐도 좋을것 같습니다.

사실 그 동안 읽은 존 그리샴의 책이라곤 '펠리컨 브리프'랑 '톱니바퀴' 달랑 두 권뿐이라 각각을 비교할 입장은 아니지만 여튼 '톱니바퀴'를 읽고난 뒤에 마치 '솜사탕' 같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던게 떠오릅니다. 먹을땐 달싹하니 맛있는데 막상 끝내고나니 허탈해지는 기분이라고 해야할까...그리고는 '아! 나랑은 안맞는구나...다시 읽게되는 일은 없을것 같아...'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부턴가 그런 달짝지근한 책이 그리워지더군요. 그렇다고 내심 오랫동안 지켜온(?) 그 약속을 깨고 싶지는 않고...그러던 차에 눈에 띈게 바로 이 책입니다. 뭐, 첫장을 펼치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책 머리에 붙은 입에 발린 찬사들은 가끔 안 보느니만 못한 때도 있고 해서...그런데, 의외로 재밌었습니다. 영어로 읽는 것이기도 해서 페이지 넘기는 손에 속도가 붙으리라고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는데요...암튼 그 정도로 흡인력 있는 소설인것 만큼은 틀림이 없다고 봐도 좋을것 같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군데군데 흩어져있는, 아마도 작가가 오랫동안의 변호사로 일해오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법에대해 큰 관심이 없는 저 같은 사람들도 알기쉽게 자세히, 때론 마치 자신의 지난 생활을 반성하듯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있는 장면들인데요, 특히 주인공 '스콧 페니'가 초반부에 자신이 앞으로 변호하게 될 피고인과 관련해 자신의 9살난 딸 '부'와 나누는 대화는 제 두손을 자석처럼 이 책에 들러붙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

법은 만인앞에 평등하지만 그 법을 집행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구나.' 책을 누비는동안 줄곧 따라다닌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축으로 거기에 영화같은 구성을 붙여 독자들의 눈을 붙잡는데 비교적 성공한 것 처럼 보입니다. 중간중간 너무 나간듯한 드라마틱한 장면이나 조금 지나친 듯해 보이는 동화적 결말은 보는 이에 따라 옥의 티일 수도, 혹은 부실 공사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뭐 이 정도면 전체적인 완성도에 빗대어 볼때 그냥 눈감아 줄 수 있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적어도 제 눈엔 작가가 자신의 데뷔작에서 굉장히 많은걸 털어놓은 것 처럼 보인다는 건데요, 과연 '인 사이더'로서의 그 '폭로(?)'를 빼고 나면 앞으로도 다른 여타 작품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기는게 사실입니다. 대놓고 이야기하면 '롱런'할 수 있을 지에 관한 의문이 든다는건데요...아뭏든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어쩌면 현재 네번째 작품까지 나와있는 이 작가의 책을 계속 찾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ㅎㅎ

Thursday, 6 August 2009

'THE KISS MURDER' by Mehmet Murat Somer

(이 작품은 'Mehmet Murat Somer' 라는 터키 작가가 쓴 'Buse Cinayeti'를 'Kenneth Dakan'이라는 사람이 'The Kiss Murder'라는 제목하에 번역한 책입니다.)

이곳 호주에 온지 이제 1년 반이 좀 넘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그동안 변한 것 중 하나가 저랑 조금 다른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우리나라에 있을 땐 그저 저랑 같은 부류의 사람이지만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 정도로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와서 그들이 저와 다르지 않고 같은 세상에서 함께 호흡하며 살고 있구나라고 깨닫게 된겁니다.공중파 TV의 아침 와이드쇼에 40대 성전환자가 출연해서 열여섯 나이에 성전환 수술을 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장면이라든가, 최고의 퍼펙트 커플을 가리는 리얼리티 쇼에 등장한 게이 커플을 지켜 보는 것은 약간 충격이긴 했지만 일단 브라운관을 통해 한 번 걸러지는 것이라 그 강도가 덜 했다면, 그들과 나란히 옆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고 아무렇지 않게 장난을 치며 농담을 주고받다 차츰 그들에게 동화되어가고 있다는 자신을 보게 된것은 일종의 발견에 가까웠다고 말해도 좋을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1년 반동안의 적응기간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몇몇 장면은 여전히 읽기 부담스러웠다는 사실을 고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니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은 밤엔 -책의 설명대로라면- 3류 나이트 클럽의 오너로, 낮엔 컴퓨터 보안 컨설턴트로 일하는 (작가가 끝까지 이름을 숨긴) 'Transvestite' 인데, (제가 가진 사전엔 이 단어를 '복장 도착자','변태 성욕자'로 풀이하고 있는데 이 단어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을 뿐더러 이 주인공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도 부적절한 것 같아 그냥 옮깁니다.) 어느날 자신이 운영하는 클럽의 여 종업원(트랜스젠더)인 'Buse'가 찾아와서는 자신이 이전에 관계를 가졌었던 어떤 이로 부터 그와의 비밀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그녀가 현재까지 지니고 있는- 사진과 관련해 협박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한뒤, 다음날 시체로 발견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성과 관련된 낯선 단어들과 비유적 표현들도 어려웠지만 플롯 자체가 큰 줄기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좀 어수선했다는 표현이 적당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건 이 작품의 작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혹은 알아주기를 바라는 -어쩌면 어마어마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 내용이 (자세한건 재미를 반감시킬 우려가 있기에) 있긴 한데 아무래도 제 짧은 영어가 그걸 다 이해하기엔 모자랐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 그냥 '일마즈 귀니' 감독의 칸영화제 수상작 '욜(길)'의 배경인 나라이며, 영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에서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된 미국 청년이 '조르지오 모로더'의 유명한 테마음악에 맞추어 뛰쳐나온 감옥이 있던 곳이고, 2002년엔 한국의 형제나라로 급 부상한 터키의 추리소설을 접했다는 것으로 만족하는 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