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1983년 9월 1일 소련 요격기의 미사일 공격에 의해 추락, 탑승자 전원(269명)이 사망한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는 대한항공 007편 격추사건을 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혹시 궁금해하실 분들이 계실까 해서 관련 위키피디아 사이트 링크를 걸어놓습니다.
http://ko.wikipedia.org/wiki/대한항공_007편_격추사건
간단히 내용을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소련이 서유럽의 주요 타깃을 겨냥한 신 중거리 미사일 SS-20을 개발하자 미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중거리 핵탄두 미사일의 유럽배치를 시도하지만 현지 반전 시위자들의 저항에 부딪치게 됩니다. 이에 CIA는 여론을 자기편으로 끌어오기 위해 전략을 꾸미게 되고 그 임무(?)를 수행할 희생양으로 민간 항공기 KAL 007을 선택 합니다.
제가 즐겨 듣기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인 '음모론'류의 소설인데, 그 비행기가 실은 추락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사할린 섬'에 안전 착륙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책 뒷부분 작가노트에서 몇 가지 '사실'이라고 밝힌- 관련국의 합동 조사에도 불구 신원미상의 시체 두 구가 나중에 발견 된 것 말고는 이렇다 할 비행기 잔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과 CIA가 사고가 일어나고 몇 시간 후의 초기 발표에서는 KAL 007이 안전 착륙에 성공했다고 했다가 곧 다시 그걸 부인하는 성명을 냈다는 점등을 근거들로 들고 있습니다.
소재에 끌려서 책을 집어 들긴 했는데 내용은 처음의 부푼 기대 만큼엔 미치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독자들이 흔히 '정상급'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부르는 작가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차이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고 할까요? (지금 ‘제프리 디버’의 ‘남겨진 자들’을 읽고 있는데 그 차이가 피부로 와 닿는걸 느낄 수 있군요.) 소재의 특성상 작가가 기교와 테크닉을 가능한 한 배제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라고 충분히 가정한다 해도 긴장감이 흘러야 할 몇몇 액션 장면에서 마저 심심하다라고 느꼈을 땐 지나친 절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사 착륙한 비행기의 생존 자들은 그 후 어떻게 되었으며 만약 살아있다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는 책을 시작할 당시의 호기심이 끝까지 버텨주었던 것이 600여 페이지가 되는 이 책의 끝을, 덜 힘들이고, 보게끔 만드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책을 시작하기 전 또 한가지 궁금해 했던 것이 있는데 사고 당시의 KAL 007 객실 내 분위기가 어떤 식으로 묘사될 것인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비규환의 생생한 현장을 기대했었는데 의외로 이 책은 담담하고 그리고 차분하게 그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승객들과 승무원들은 마치 비행기 동체에 미사일 구멍이 난 것이 그리 큰 대수는 아니라는 듯, 기장이 안전한 하강을 시도하는 동안, 통로를 누비며 환자들을 돌보고 서로 위로합니다. 은행 대기 번호표를 받아 들고 초조하게 앉아있는 사람들보다 더 침착해 보일 정도로요… 인상에 깊이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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