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23 May 2009

'CROSSFIRE' by Miyabe Miyuki

이 글을 올리는 일이 실은 두 가지 면에서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아직 국내에 소개가 되지 않은 작품인걸로 알고 있는데다, 약간은 우습게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고단샤 인터내셔널'이라는 출판사를 통해 발행된 영어 번역본으로 읽었기 때문인데 이 후자의 경우가, 작품을 읽고 해석하는 독자 입장에서 생길 수 있는 실수의 폭을 우리글 번역본으로 읽었을 때보다 훨씬 크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의 입장에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또 다른 두가지가 있는데요, 그중 하나는 만약 이 글이 '미야베 미유키'여사의 것이 아니었다면, 35행으로 이루어진 페이지를 400여번 읽어나가는 일이 그야말로 지루하고 고단한 작업이었을 거라는 겁니다. 창피하지만 말하는 저도 확실한 구분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좋을런지 모르겠지만 여튼, 작가들 중엔 '글을 잘 쓰는 이'와 '이야기를 잘 하는 이'가 있다라는게 늘 저를 따라다니는 의견이었는데요, '미야베 미유키'여사는 그중 후자 쪽에 좀 더 가까운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매번 여사가 쓴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글을 읽고 있는게 아니라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작가의 작품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또 다른 사실 한 가지는 그녀가 창조해 내는 캐릭터들이 무척이나 살아있어 보인 다는 점인데요, -이것 역시 어떤 식으로 설명해야 좋을지 난감하긴 마찬가지지만- 그러니까 작가가 만들어내는 인물들의 이미지가, 제가 읽은 여타의 작품속 인물들과는 좀 다르게, 제 머릿속에서 -그 둘이 매우 비슷할거라는 것에 대한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아주 또렷하게 그려진다는 점입니다. 이 책 'CROSSFIRE'에서, 주인공 여자의 남편 이미지가 짧은 순간 아내의 묘사를 통해 -이 남편은 작품 전체를 통해 이 순간 단 한번(단순 언급을 제외하면) 등장합니다- 머릿속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걸 느꼈을 때는 살짝 소름이 돋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이것은 '미야베 미유키'여사만이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파악하여 자신만의 살아있는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일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아니기 때문이니까요. 하고자 하는 말에 어울리는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예를 들자면, 훌륭한 뉴스 아나운서가 뛰어난 토크쇼 진행자가 되리란 보장은 없고 최고의 선수가 언제나 명장,덕장이 되는건 아니라고 알고 있거든요.

위에서 말씀드렸지만 국내에 아직 소개가 되지 않은 작품이기에 더더욱(아니 그렇게 알고 있기에) 이 책의 줄거리에 대한 약간의 언급도 앞으로 읽을 이의 흥미를 떨어뜨릴 지도 모른다고, 뭐 저는 그렇게 -영화건 책이건 모르는 만큼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두가지 확실한 것중 하나로 이 시시한 글을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 다른 하나는, 만약 제가 영화제작자이고 여사의 작품중 한편을 영화로 만들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 주저없이 이 'CROSSFIRE'를 선택할 것이라는 겁니다. (실제 영화로도 만들어 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죠^^.) 단 한가지 걱정스러운 점은, 이 작품이 나온 해가 1998년도인데 -단순히 배경이 되는 소재만 놓고보면- 그간 10년 헐리우드에서 이 비슷한 장르(?)를 많이 해먹었던 터라 독자들에게 약간의 지루함을 선물할 수 도 있다는 겁니다. 사실 10년이란 터울은, 제가 생각하기에, 유행에서 밀려나기엔 충분하지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엔 조금 모자란 세월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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