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이 작품이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쓴 것입니다. 이 책은 2000년 미국의 소호 출판사(SOHO PRESS)를 통해 처음 발행되어졌으며 위의 사진속 표지는 2006년 'Hodder and Stoughton'이라는 영국 회사의 것입니다.)
제가 처음 'Qui Xiaolong'이라는 전혀 생소했던 이름을 알 게된 것은 영국의 출판 그룹 '펭귄'에서 시리즈물로 발간한 '러프 가이드(ROUGH GUIDES) -우리로 치면 '지식 총서' 정도- 중의 하나인 '크라임 픽션'(사진 참조)을 통해서였습니다. 영국의 '추리소설' 전문 잡지인 '크라임 타임'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Barry Forshaw'라는 이에 의해 완성된 이 책은 이 장르를 몇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한 뒤 그 섹션에 마땅히 들어가야할 발군의 작품들을 글쓴이의 대략적인 이력과 함께 소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요, 그 가지들 중의 하나가 뛰어난 비영어권 작가들을 알리는데 할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여기엔 아시아인으로서는 단 두명의 작가만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이 'Qui Xiaolong'이라는 분이고 또 다른 한 사람이 바로 '미야베 미유키'여사 입니다.
글쓴이 개인의 의견이긴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와 동급의 점수를 매겨놓았다는 점은 그녀의 왕팬인 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했고 중국 출신 추리소설 작가라는 낯설음이 가져다 준 프리미엄은 그 호기심을 증폭시켰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시간이 흘러 무의식 속에 숨어 있던 그 희미한 기억은 서점 '크라임 섹션'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동양의 냄세가 물씬 나는 이 책이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결국 저를 끌고 갔습니다.
바른대로 말씀 드리자면 책을 사들고 와서 처음 펼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습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영어로 씌어지긴 했지만)가 완성품의 질을 보장하지 못하다는 말과 같다는 등식에 워낙 오랫동안 길이 들여져 왔던 탓에 언뜻 보기에도 두툼한 책의 첫페이지를 선뜻 열어볼 용기가 나질 않았거든요. 마치 검은 보자기로 싸여진 유리상자안에 뭐가 들었나 궁금하긴 한데 막상 손을 집어넣으려니 원인모를 찜찜함이 자꾸 팔을 끌어 당기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뭐, 결국은 용기를 내서 밀어넣었습니다. 결론은... 잘했죠. 아니었으면 '미야베 미유키 여사'가 주었던 희열(에 비하면 아직은 모자란듯 하지만 그녀만큼의 충분한 능력을 가진)의 또다른 버전을 놓쳤거나 그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한참 뒤로 미뤄질 뻔 했으니까요.
분량도 만만챃은 데다 충분치 않은 영어실력 탓에 첫 페이지를 펼친 뒤로 오랜시간이 걸려 도착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난 뒤 처음 든 생각은 -좋은 글을 읽고나면 언제나 그렇듯-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아름답고 신비스런 영화를 봤는데 혼자 알고 있기 아까워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는 싶은데 '모자란' 말주변때문에 시름에 빠진 상황이랑 비슷하다고 할까? 특히, 아직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중국인 작가에 의해 중국을 배경으로 씌여졌다는 점때문데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실이 이 글을 훨씬 더 읽어볼 만한 책으로 만드는데 한 몫 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암튼, 대강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1990년의 상하이, 서쪽으로 20마일 정도 떨어진 어느 운하에서 한 젋은 여인의 변사체가 발견됩니다. 이에, 상하이 경찰 특별 수사본부 소속의 'YU' 형사와 그의 상관이자 이 작품의 주인공인 'CHEN CAO' 형사가 이 살인 사건의 조사에 뛰어들게 되고 사건 해결을 위한 전담 수사반도 꾸려집니다. (그렇다고 일본 영화나 책에서 보아 왔던 중대 단위의 인력이 동원되는 건 아닙니다. 원래의 수사 팀에서 은퇴를 막 앞둔 당 고위간부가 한명 더 느는 정도.)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마땅한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될만한 정보는 나오질 않고 수사는 마냥 제자리 걸음을 하는 듯합니다. 사체의 신원이 밝혀지고 당 유력간부의 아들이자 천부적 재능을 가진 사진작가인 'WU'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기 전까지는요...
작가는 전반부의 상당부분을 등장 인물의 면면을 소개하고 후반부를 위한 복선을 준비하는 데 할애하고 있습니다. '좀 늘어지는 느낌이네'라고 생각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어쩌면 이 나라 역사에 대해 잘모르는 저 같은 독자들을 위한 것인지도 모르는- 중국 근대를 살아온 주인공들에 대한 개인사를 동반한 간략한 소개가 끝나고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는 전반 후반부 부터 이 작품은 흥미를 더합니다. 미궁으로 빠질 것 같았던 수사가 차츰 진척되는 상황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스릴과 더불어서, 문단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자 영어 작품의 번역일도 간간히 하고 있는 주인공 'CHEN' 형사의 눈을 통해 들여다본 '천안문 사태' 직후의 격변하는 중국사회상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쯤에서 책에 대한 소개를 이 정도로 끝내려하니 한참 모자란 제 능력에 자꾸만 한 숨이 나오는 군요. 앞으로 국내에 소개가 될 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소개가 된다면 꽤 성공할거라는 쪽에 저는 내기를 걸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아마도 책을 덮을 때쯤엔 주인공을 포함한 주변 인물들을 사랑하게 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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