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5 July 2013

정글의 법칙

사람들은 흔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정글'에 비유하곤 합니다. 이 사회가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라는데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는 것이겠죠. 하지만 우리 사회가 '동물의 왕국'과 다른 게 있다면 그 구성원이 바로 '사고'를 가진 인간이라는 점입니다.

생존 본능에 따라 아무 갈등없이 먹이 사슬에서의 한 자리를 꿰차는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힘 자랑을 위해 남 위에 군림하던 또는 살아남기 위해 비굴해지던 그에 맞는 '명분'이라는 게 필요합니다.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킬 '근거'가 필요한 거죠.

이때 필요한 것이 개인의 '신념'입니다. 신념은 스스로가 옳다고 믿는 것이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그 자체는 아닙니다. 가령, 길에 떨어진 빈 캔을 보았을 때 각자는 개인의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습니다.  보고 그냥 지나쳤다고 탓할 수도, 주워서 가까운 휴지통에 넣었다고 추켜세울 일도 아닌 것이죠.

여기에서 '정의'라는 놈이 끼어듭니다. '내가 버린 것도 아닌데 내가 주울 필요가 있나?' 라는 가치와 '어차피 누군가는 할일 그냥 내가 해자.'라는 가치가 맞붙을 때 후자의 행동을 끌어내게 되는 것이 바로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가 바탕이 된 개인의 신념 입니다.

누구나 학교에서 '도덕'을 배웁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 교과서대로 행동하지 않는 것은 현실 -또는 현실이라고 가정하는 것- 과 타협하는 데 익숙해지기 때문일 겁니다. 나이가 들 수록 옳고 그름에 대한 감각은 무뎌지고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행동도 자기 합리화를 위한 변명을 앞세워 그 뒤에 숨으려 합니다. 뭐, 책을 읽지도 않았으니 감히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초대형 베스트 셀러가 되고나서도 세상이 그닥 달라진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건 우리들에게 그 정의를 '실천'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겠죠. 정의는 책 속에서만 존재하는 거니까요.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가 제 인생을 바꾼 책이 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책을 읽었을 당시가 학교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험한 세상살이에 갓 눈을 떳을 때였기 때문일겁니다. 제가 옳다고 믿어왔던 신념들이 차례로 허물어지기 시작했거든요. 당시 제가 거의 매일 밤 들었던 노래가 있는데 신해철의 '나에게 쓰는 편지'라는 곡입니다. 거기에 나오는 가사인데요...

'... 고호의 불꽃같은 삶도 니체의 상처입은 분노도 우리의 현실엔 더 이상 도움될 것이 없다 말한다. 전망좋은 직장과 가족안에서의 안정과 은행 구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살면서 '어쩔 수 없는(또는 그렇다고 생각하는)' 상황에 자주 놓이게 됩니다. 그럴 때, 내키지 않는 일을 고르고 다른 여지가 없었다는 핑계로 자신을 정당화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일을 선택하고 자기 만족에 빠질 것인지 갈등 될 때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의 주인공이 했던 일을 떠올릴 수 있겠죠. 뭐, '소설은 소설일뿐 오해하지 말자'라고 하면 그닥 할 말은 없지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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